온 국민이 환희의 축포를 터뜨린 18일 밤,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어려운 잠을 청했다.
한 줌의 기력까지도 소진한 수비수 최진철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탈진해 밤새도록 링거주사를 맞아야 했다. 코뼈가 주저앉은 수비수 김태영은 병원으로 가 수술을 받았고 다음 경기에 대비해 급히 코뼈보호대를 주문했다. 경기 중 발목이 접질린 김남일은 예상보다 부상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음 경기 출장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19일 정오경 간신히 잠에서 깨어난 선수들은 곧바로 축구화 끈을 다시 맸다. 계속되어야 할 신화 창조를 위해 긴장을 풀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전날 역전승 감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은 한국 대표팀의 훈련 함성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8강전 상대인 스페인은 한국 축구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난적.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1무1패, 올림픽대표팀이 올림픽 및 친선경기에서 2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역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은 내 마음 속에 있다며 뼈있는 한마디로 승리의 자신감을 보였다. 또 초유의 성적에 스스로도 놀란 선수들은 이제 어떤 팀을 상대해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회복훈련을 마친 한국 대표팀은 20일까지 대전에 머물며 스페인전에 대비한 전술훈련을 하고 경기 하루 전인 21일 8강전이 벌어질 광주로 옮긴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의 스페인은 한국이 맞상대로 결정된 데 대해 부담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 간판 골잡이 라울이 부상 중인 데다 홈팀 한국의 기세가 어느 팀보다 매섭다는 판단에 19일 오후 울산 서부구장에서의 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