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한 번 못해 보고.
차세대이동통신 IMT-2000 신규 업체인 KT아이컴과 SK IMT가 연내에 사라질 운명을 맞고 있다. 2000년 12월 비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따내며 등장한 이들 업체가 서비스 시작도 못 해보고 모기업에 흡수 합병될 상황에 놓인 것.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과 KTF의 IMT-2000 서비스 자회사 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합병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최근 관련 법령을 고쳐서라도 기존 2세대 업체의 3세대(IMT-2000) 자회사 합병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합병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행 전파법상 주파수 이용권은 사업허가 3년 이내에 다른 업체에 양도할 수 없어 그동안 기존 업체의 IMT-2000 법인 조기 합병은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합병 얘기만 나오면 쉬쉬하던 KTF와 SK텔레콤도 연내 합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KTF 홍영도 재무실장은 이날 연내에 KT아이컴과의 합병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의 한 고위관계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IMT-2000 법인 합병을 내년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TF는 합병에 대비해 당초 예정했던 IMT-2000 법인의 투자규모도 크게 줄였다.
KT아이컴은 올해 IMT-2000 사업을 위해 7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000억원으로 축소했다. SK텔레콤은 기존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3세대 서비스(EV-DO)와의 중복투자를 우려해 비동기식 IMT-2000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다.
합병시기는 주가 회복 추이를 보고 조절한다는 전략. 주가가 현재처럼 낮은 상태에서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늘어나 합병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KTF 김우식 부사장은 KT아이컴의 주식 발행가격이 1만8000원이므로 KTF의 주가가 4만5000원은 넘어야 KT아이컴 초기투자자들의 투자비용을 보전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합병 움직임에 따라 휴대전화 시장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3개사 경쟁체제로 재편돼 IMT-2000 업체 선정 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중으로 예정됐던 2 대역 IMT-2000 서비스의 상용화 시기도 미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IMT-2000 사업자 선정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태한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