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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집단이동 건설현장 골치

Posted August. 16, 200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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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조 전문 건설업체인 T개발은 최근 아파트 공사의 공기()를 맞추지 못해 손해를 꽤 봤다. 일손이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T개발을 곤혹스럽게 한 건 중국 동포(조선족)들이었다. 20여명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현장으로 옮겨간 것. 돌아오라고 부탁했지만 일당을 올려주지 않으면 안 가겠다는 대답만 들었다.

건설현장의 중국 동포들이 조직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별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지금은 10여명으로 구성된 팀별로 움직인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사례가 잦아 골치를 앓고 있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현장으로 옮기는 일도 적지 않다.

한꺼번에 움직이는 중국 동포 근로자중국 동포들이 한국 건설현장에 취업하기 시작한 건 약 10년 전. 현재 5만명가량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처음엔 오야지로 불리는 한국인 팀장이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식으로 중국 동포를 고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팀장까지 대부분 중국 동포다.

경기 고양시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A씨는 아파트 골조공사의 경우 투입인력의 70%가 중국 동포로만 구성된 팀이라고 전했다.

팀장의 주된 역할은 현장간 임금 비교. 각 현장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팀장들끼리 휴대전화를 통해 수시로 임금을 파악한다. 이 가운데 한국사정에 가장 밝은 팀장이 업체와의 임금 협상을 맡는다.

임금이 결정되면 한꺼번에 자리를 옮긴다. 건설업체들이 인력관리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씨는 한국에 한번 들어오려면 브로커에게 100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정해진 기간에 경비를 건지려면 조금이라도 임금을 더 주는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 모셔오기 출혈경쟁국내 업체들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대림산업 김상호 차장은 업체간 경쟁으로 중국 동포 임금이 국내 근로자와 별 차이가 없게 됐다며 2년 전에는 8만원 선이던 목수 일당이 지금은 13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건설업체는 사정이 낫다. 중국 동포를 직접 관리하는 하청업체들은 임금상승과 인력부족으로 바로 타격을 입고 있다.

T개발 관계자는 인력부족으로 일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추가 수주가 어려운 만큼 손해를 보면서까지 임금을 높여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기정 박형준 koh@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