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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경봉호

Posted August. 20, 2002 22:07,   

日本語

일본이 걸핏하면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북한과 끈질기게 적십자회담을 계속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북한 거주 일본인 처라는 특이한 신분을 가진 1800여명 때문이다. 18, 19일 평양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도 양측은 일본인 처들의 고향 방문을 10월 하순에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거주 일본인 처는 남편인 총련계 재일교포와 함께 북한으로 거처를 옮긴 일본인 여성을 가리킨다. 그들 대부분이 짧게는 18년, 길게는 43년 동안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일본판 이산가족이니 고향방문을 성사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일본인 처를 포함해 9만3360여명의 재일교포를 북한으로 이주시킨 북한의 북송사업은 59년부터 84년까지 계속됐다. 일본의 니가타와 북한의 원산을 잇는 북송사업 항로를 누비던 주역이 만경봉호다. 그 유명한 배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에 올 예정이라 한다.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의 달콤한 선전에 속은 재일교포를 실어 나르던 북한의 공작선이 스포츠를 위해 남한에 온다니 세상이 변해도 놀랍게 변했다. 만경봉호는 인민경제계획 수행과 나라의 대외적 권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북한 최고의 영예인 김일성훈장까지 받았다. 훈장을 받은 배가 세상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일반적으로 만경봉호로 불리는 북한의 선박은 2척이 있기 때문에 어느 배가 부산에 올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원래의 만경봉호는 3500t급의 화물여객선이다. 이 배는 북송사업이 중단된 84년부터는 주로 일본과 북한을 왕래하며 수출입품을 실어 날랐다. 92년 4월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맞아 총련계 상공인들이 40억엔을 들여 건조한 또 다른 만경봉호(정식명칭은 만경봉 92호)는 9700t급이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작고 초라한 배보다는 크고 화려한 배를 보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만경봉호는 흔히 북한의 생명선으로 불린다. 야채 식품 등 생필품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조달할 뿐만 아니라 매년 6억20억달러로 추정되는 총련계 교포의 송금도 이 배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총련이 북한에 보내는 선물도 만경봉호를 통해 전달된다. 어쨌거나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 재일교포들이 그곳의 실상을 생생하게 목격했듯이 부산에 오는 북한 응원단이 우리의 실상을 제대로 보기를 바란다. 실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는 그들의 몫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