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의 영어 표현인 홀리데이(holiday)는 성스러운이라는 뜻의 홀리(holy)와 데이(day)의 합성어다. 기독교인들은 오래 전부터 공휴일을 성스러운 날로 여겨 안식하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미사와 예배를 드렸다. 중세에는 교인들이 순례행렬에 참가하는 기간을 홀리데이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교인들에게 순례는 종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향락적인 측면도 있었다. 순례자들은 함께 여행하며 세상구경을 하고 유명한 휴양지를 거쳐가기도 했다. 그래서 순례행렬이 지나가는 곳에는 온천욕을 포함한 향락문화가 발전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홀리데이는 성스러운 날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휴가를 즐기는 날로도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선진국 시민들은 매주 이틀간을 공휴일로 즐긴다. 우리 정부도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주5일 근무제 입법을 준비 중이다. 노동계는 근무시간을 줄일 경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이는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재계는 공휴일 수가 늘어남으로써 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우리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인터넷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시민은 주5일 근무제를 찬성하지만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 중 79%가 주5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나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59%였고 12년 후가 15%, 34년 후 11%, 5년 이후 15% 등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대부분이 주5일 근무제 실시와 함께 우려되는 문제점으로 서비스 차질, 기업경쟁력 약화, 소득감소, 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을 지적했다고 한다.
주5일 근무제가 대세인 이상 언젠가는 우리 근로자들도 매주 이틀간을 홀리데이로 즐기게 될 게다. 그렇지만 외환위기를 겨우 극복한 우리 사회가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다시 사치와 향락문화에 빠져들고, 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계층간 위화감이 조성되어서는 곤란하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은 근로자들의 진정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노사간의 치열한 주5일 근무 논쟁도 중요하지만 매주 이틀간의 공휴일을 보람 있게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와 공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관한 건설적인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우상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교수정치학 kws@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