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정신지체 2급 장애인 이진주(19)양은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1일 호텔 식음료 실습교육을 받은 뒤 첫 사회 경험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생후 3개월 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정신지체아로 19년을 살아온 이양. 그는 어머니 황유연씨(41)의 고집으로 일반 학교에 다녔고 내년 2월 청담고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날 교육은 정신지체 생활시설 애덕의 집이 마련한 직업재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신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호텔에서 음식나르기, 손님맞기 등 호텔업무에 대한 현장 경험을 쌓는 것.
어젯밤 너무 설[4]어요. 평소 호텔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호텔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거동이 불편한 이양은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열심히 말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등 18가지나 되는 인사말을 외우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 버스 안에서도, 길을 걸어갈 때도 외우고 다녔는데 정작 호텔에서 직접 하려니까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특히 30도 각도로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이양이 이처럼 어엿한 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어머니 황씨를 비롯한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다 보면 장애아라고 다른 친구들이 많이 놀리곤 했어요. 놀림을 당해도 어머니가 속상해 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가슴에 묻어야만 했는데.
6세 때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가 이제는 교회 성가대 반주를 담당할 정도로 수준급이 됐다.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늘 하루 소중한 경험은 제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자신보다 더 심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이양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