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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존심 대결

Posted November. 01, 200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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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남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프랑스인들이 내놓은 대답은 이렇다. 이탈리아 여성과 결혼해 프랑스인 요리사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영국인 경찰이 지키고 독일인이 관리하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란다. 각자의 역할이 다음과 같이 바뀌면 그의 삶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한다. 독일 부인에 영국 요리사, 이탈리아 경찰에 프랑스 관리인. 농담이지만 유럽 각국 국민의 특성을 잘 묘사했기 때문에 해당 유럽인들도 고개를 끄떡이며 웃음을 터뜨린다.

요즘은 이웃나라끼리 대개 사이가 좋지만 옛날에는 침략의 주요 대상이 인접 국가였다. 서로 침략의 역사를 반복하며 으르렁거릴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웃이라는 지정학적 이유 덕분에 연인처럼 사이가 좋을 때도 있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이런 범주에 드는 대표적인 이웃이다. 지금이야 두 나라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전쟁을 할 가능성은 없지만 자존심 대결은 여전하다. 앞의 농담에도 영국 음식을 깔보는 프랑스인들의 심리가 담겨있다.

최근 불거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신경전도 제3자의 눈에는 자존심 싸움으로 보인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주 EU정상회담에서 블레어 총리와 설전을 벌이다 당신은 매우 무례하다(You have been very rude)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영국 언론에 의해 공개되자 프랑스 정부는 즉각 예정된 양국의 정상회담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점잖아 보이는 두 지도자가 외교무대에서 벌인 설전은 EU의 공동 농업정책에 대한 이견 때문에 촉발됐으나 결과적으로 자존심을 살리기 위한 감정싸움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 AFP통신은 양국의 갈등을 다루는 기사에 이런 예화를 삽입했다. 한 프랑스인이 영국인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리비에라 해안(남프랑스의 지중해안), 에펠탑,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가 막힌 포도주를 갖고 있다. 영국인이 지지 않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에는 당신 나라에는 없는 여왕이 있지. 프랑스인이 다시 외쳤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멋진 속옷과 향수 그리고 줄리에트 비노시(여배우)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영국인의 응수는 우리는 당신들에게 D데이(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칭)를 주었잖아였다. 이쯤 되면 어느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두 나라를 함께 지칭할 때 영불()이라고 해야 할지, 불영()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