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연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재추진하고, 금강산면회소 건설에 착공하려던 정부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북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면회소 설치 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생사확인추진 625전쟁 중 행방불명자 생사 주소확인 등 9월의 4차 총재급 회담 합의사항의 실현에 미온적 태도를 취했다.
연내 또는 내년 설날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자는 제안에 대해 북측은 금강산 날씨가 춥고 현대에 임대해준 금강산 여관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북측은 또 전후 납북자 문제에 대해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라고 일축함으로써, 앞으로의 논의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반면 북측은 면회소 설치에 대해서는 적극성을 보였다.
북측은 면회소 건설비용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면회소 후보지인 강원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로 남측 대표단을 데려가 이만한 명당이 없다. 이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있다고 말하며 합의를 재촉했다.
이로 인해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남측 비용으로 면회소를 건설해 이를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데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북측 대표단은 면회소를 크고 번듯하게 세워 이산가족 면회도 하고 장관급 회담 등 여러 행사도 하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측 대표단은 합의문 채택을 놓고 신중히 고려한 결과 남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면회소 건설에만 합의할 경우 또다시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고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실무접촉에서 의견접근을 이룬 것도 적지 않다고 자평하고 있다. 조포마을이 면회소 제1후보지로 정해졌으며 11, 12월 남북 100명씩 이산가족의 생사주소 확인을 실시키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는 얘기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다음 실무접촉에서는 구체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는 토대는 마련했다며 다음달 중순경 다시 실무접촉을 갖자고 북측에 제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성동기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