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시장 선점을 위해 노(No) 마진을 감수하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어 결국 은행권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43조2056억원에서 9월 말 172조7568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급증세가 이어졌다.
주요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0월 말 현재 35조5634억원으로 9월(34조6112억원)에 비해 무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10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각각 33조1074억원과 21조2960억원으로 9월보다 각각 1조원씩 대출이 늘었다.
조흥 신한 하나 한미 등 다른 은행들도 1000억5000억원가량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며 경쟁에 가세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의 자금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가계대출마저 성장세를 멈추자 대출 금리를 낮추면서까지 우량 중소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은행들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9월 중 연 6.49%까지 낮아졌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수준인 8월 중 대출금리(6.50%)보다 0.01%포인트 더 낮은 것. 1년 전인 작년 9월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가 7.13%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0.64%포인트나 내린 셈이다.
국민 우리 한미 신한은행 등은 외환거래 등 다른 부문에서 충분한 수익을 내주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노마진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처럼 은행권의 출혈 경쟁이 계속될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와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신용 위험을 반영하지 않고 경쟁을 벌이고 있어 가계대출처럼 부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