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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 송이 먹고 있을 때인가

Posted November. 08, 200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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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지도자급 인사 110명이 조용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보낸 송이를 나눠 먹었다는 소식에 놀랐다. 각 분야에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인사들이 이토록 둔감하다니 실망스럽다. 아무리 송이가 귀하다 해도 핵무기를 개발중인 북한의 선물을 덥석 받은 것 그 자체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정부도 제 발이 저렸는지 송이를 전달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쉬쉬하다 국회의원의 요구에 따라 할 수 없이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했으니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송이를 받은 인사들은 개인별로 처지가 다를 수 있다. 북한 경제시찰단이 방문한 기업체나 단체의 책임자들은 그들이 준비한 성의를 매몰차게 거절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느닷없이 선물을 받고 놀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 임동원() 대통령특보, 정세현() 통일부장관 등 대북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은 다르게 처신했어야 옳다. 북한의 핵폐기가 시급한 현안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그들 가운데 누군가는 송이가 아니라 핵폐기 약속을 선물로 달라며 의연하게 버섯을 물리쳤어야 했다. 선물을 선뜻 받아들인 그들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상대에게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물은 주고받아야 할 합당한 명분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남북은 지금 한가롭게 선물을 주고받을 때가 아니다. 북한의 선물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믿기 어렵다. 몰래 핵무기를 만들어 온 북한이 순수한 마음으로 송이를 선물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 때 송이를 받기는 했으나 납치범죄를 자행한 집단이 보낸 선물을 어떻게 천연덕스럽게 먹느냐며 모두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이 그런 사실을 모른다고 발뺌하지는 못할 것이다. 생각 없이 받아먹은 송이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은 남북관계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오판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