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컨디션도 정상을 향한 집념을 꺾어버릴 수는 없었다.
박세리(25테일러메이드)가 미국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ADT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 첫날 공동 선두에 나섰다.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를 쳐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멕 말론(미국)과 동타를 이룬 것.
박세리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인터내셔녈CC에서 열린 1라운드 2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3번홀(파5)과 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7번홀(파3) 보기로 잠시 주춤했던 박세리는 9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기록했고 1517번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한때 6언더파로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어프로치샷이 벙커에 빠진 뒤 2m 거리의 파퍼팅을 놓쳐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박세리의 이날 컨디션은 최악. 2주 전부터 지독한 치통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데다 훈련 도중 오른쪽 손목까지 다친 그는 처음으로 골프를 못 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즌 6승을 노리는 박세리는 수시로 진통제를 삼키면서도 특유의 강인한 투혼과 집중력으로 유종의 미를 향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 특히 34년 만에 시즌 10승을 달성한 라이벌 소렌스탐과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벌였기에 아무리 아파도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맞섰다.
첫 라운드를 마친 박세리는 이런 상태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편안하게 최선을 다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즌 2승에 도전하는 박지은(이화여대)은 2언더파로 올 신인왕 베스 바우어(미국)와 공동 9위에 올랐다. 선두권을 질주하던 박지은은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미현(KTF)은 버디 없이 보기 2개로 공동 22위, 박희정(CJ)은 7오버파로 29위.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