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승호에게 바치자.
동원 드림스의 꿈이 이뤄졌다. 실업 아이스하키 3개팀 가운데 만년 3위였던 동원 드림스. 하지만 올시즌 그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소속팀 선수인 윤태웅이 광운대 최승호를 퍽으로 맞혀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난 뒤 전 선수들이 우승컵을 승호의 영전에 바치겠다는 결의를 했다. 그리고 그 꿈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24일 춘천 의암빙상장에서 열린 2002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 2차리그 동원 드림스-한라 위니아전. 1, 2위팀간 대결로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인 이 경기에서 동원은 3-2로 힘겹게 한 점차 승리를 거두고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동원은 10승1무2패로 한라와 함께 공동 선두가 됐지만 정규리그 최종일인 26일 2승11패의 약체인 경희대만 누르면 한라가 고려대를 이기더라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동원이 코리아리그 정상을 밟는 것은 97년 창단 후 처음.
이날의 히어로는 2차리그 때부터 디펜스에서 포워드로 변신한 신의석(26). 팀내 간판포워드인 형 신우삼과 함께 형제 아이스하키 선수로도 유명한 신의석은 1피리어드 3분43초에 신은수의 도움을 받아 선취골을 넣은 뒤 16분이 지나 추가골을 성공시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비운의 주인공인 디펜스 윤태웅은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수비로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우승을 합작한 둘은 팀 내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
2피리어드에 한 골을 빼앗겨 2-1로 쫓긴 동원은 3피리어드 14분52초에 박훈이 쐐기골을 넣어 승세를 굳혔다. 한라는 종료 1분 전 골리까지 빼고 맹공세를 하며 김우재가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동원의 완강한 수비벽에 막혀 1차리그에 이어 또다시 패배했다. 한라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패는 모두 동원에 당한 것.
동원 김삼덕 감독은 선수들이 상대 공격지역부터 압박하며 체력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승인이라며 우승컵을 승호에게 바치자는 약속을 지키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 플레이오프 챔피언컵도 안고 가겠다며 감격해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