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다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2003시즌 미국 프로야구 무대에 뜬다.
그동안 빅리그에서 풀타임으로 뛴 한국인 선수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뿐. 전 보스턴 레드삭스의 조진호(현 SK 와이번스)와 이상훈(현 LG 트윈스) 등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이들은 잠시 스쳐간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와 최희섭(시카고 컵스)이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 확실한데다 마이너리거 유망주들도 쑥쑥 크고 있어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몬트리올로 이적한 김선우는 트레이드 뒤 4경기에 선발로 나가 20과 3분의1이닝 동안 두점만 내주고 1승 평균자책 0.89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상만 없을 경우 올해 선발진입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2일 김선우를 제4선발로 예상하며 몬트리올 선발진을 30개구단 가운데 8위에 올려놓았다.
최희섭은 팬들이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 동양인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타자라는 데 매력이 있으며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일본인 거포 마쓰이 히데키와의 방망이 대결이 볼 만하게 됐다. 시카고는 LA다저스에서 노장 에릭 캐로스를 1루수로 영입했지만 젊고 재능있는 최희섭이 시카고의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할 전망.
97년 나란히 미국 프로에 진출한 서재응(뉴욕 메츠)과 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지난해 깜짝 데뷔전을 치르며 올 시즌 빅리거 등록 가능성을 알렸다. 봉중근은 4월24일 애리조나의 에이스 커트 실링과 선발 맞대결해 6이닝 8안타 4탈삼진 5실점으로 인상적인 신고식을 했다. 서재응도 7월22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이닝 무안타 무실점.
팀내 부상선수 때문에 임시로 메이저리거가 됐던 둘은 데뷔전 뒤 곧바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지만 일단 눈도장을 찍어놨기 때문에 언제 빅리그 호출을 받을지 모른다. 김선우와 함께 몬트리올로 이적한 송승준도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강한 어깨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이너리그 싱글A 위스콘신에서 타율 0.302와 34도루를 기록하며 제2의 이치로로 통하는 추신수와 시카고 컵스의 투수 유제국도 될성부른 떡잎들. 시카고 컵스의 삼총사인 최희섭과 유제국, 포수 권윤민은 3일부터 대한야구협회 남해훈련장에서 공동훈련을 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이미지를 구겼던 박찬호는 명예회복을 다짐했고 한동안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던 김병현도 상처난 자존심을 치유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3일 미국 야구 전문주간지 스포츠 위클리의 마무리 평가에서 전체 5위에 오른 김병현은 올해부터 팀내 사정에 따라 선발로 보직이 바뀔 수도 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