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새해 벽두부터 재계 순위 넘버 3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현대기아차그룹. 현대기아차는 2일 시무식에서 작년 매출 56조4000억원을 달성, SK그룹(54조원)을 제치고 삼성 LG에 이어 재계 서열 3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는 재계 3위 도약을 제목으로 뽑았으며, SK의 반발을 의식한 듯 2003년에도 재계 3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순위 논쟁에 아예 못을 박는 인상을 줬다.
2000년 9월 계열 분리 이후 처음으로 26개 계열사의 매출을 집계해 발표한 것만 봐도 현대기아차그룹이 매출액 기준 서열 3위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재계 1위였던 옛 현대그룹의 법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현대차 입장에서 2000년 그룹 분리 이후 추락한 재계 순위는 자존심과도 관련된 사안일 수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그룹의 넘버 3 발표에 대해 SK그룹측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내실이 중요하지 매출액 기준 재계 3, 4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SK측도 그룹 순서가 삼성 LG 현대기아차 SK로 공식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작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자산총액 현황에 따르면 삼성 72조3510억원, LG 54조44840억원, SK 46조7540억원, 현대기아차 41조2660억원으로 SK가 현대차보다 5조원 이상 많다.
상장사 시가총액 기준(1월2일 종가)으로는 SK그룹이 24조1408억원으로 현대기아차(13조5362억원)를 10조원 이상 따돌리면서 삼성(70조1742억원)에 이어 당당 2위로 올라선다.
SK 관계자는 굳이 따진다면 공식적인 재계 순위는 공정위의 총자산 기준을 따르는 게 맞다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올 2월 구체적인 실적과 총자산 현황이 나오면 그때 다시 한번 맞춰보자며 벼르는 모습이다.
이강운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