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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체감온도

Posted January. 06, 200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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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 장년 세대 중에는 소싯적 겪었던 매서운 겨울 추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유난히 배고팠던 시절, 얼어 터진 볼을 때리는 칼바람은 또 왜 그리 사나웠던지. 엊그제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5.5도까지 떨어지고 초속 5m의 강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8도를 기록했다. 장년 세대에게 이 정도 날씨는 어린 시절에 자주 경험해봤을 만한 추위인데, 나라 전체가 춥다고 호들갑이다. 체감온도를 느끼는 사람들의 감각 메커니즘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일까.

기상학적으로 보면 체감온도는 풍속과 습도 일사량() 등을 고려한 복잡한 수학방정식의 산물이다. 이 방정식에 따르면 풍속이 초속 1m씩 증가할 때마다 체감온도는 11.5도씩 낮아진다. 기온이 0도일 경우 풍속이 초속 5m(시속 18km), 초속 10m(시속 36km), 초속 15m(시속 54km)일 때의 체감온도는 각각 영하 8.6도, 영하 15도, 영하 18도가 된다. 이와는 반대로 바람이 세질수록 체감온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대기 온도가 체온보다 뜨거운 사막 같은 곳에서 그렇다. 여름철에 자주 등장하는 불쾌지수라는 용어도 기온과 습도 요인을 조합한 일종의 체감온도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날씨예보에서 기온만 보고 얇은 옷을 입고 외출했다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예처럼 공식 지표와 실제 체감온도의 차이가 클수록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경제통계상의 지표와 실물경제에 나타나는 체감경기의 괴리가 대표적인 예다. 분명히 물가는 내렸다고 하는데 장바구니가 계속 가벼워진다고 주부들이 느끼는 것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북한 핵문제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는 이구동성 위기라며 북한 핵무기를 주목하는데 정작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통일되면 우리 것인데하는 식이니 나라 밖의 온도계가 잘못된 것인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체감온도가 잘못된 것인지 궁금하다.

요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말들을 접하다 보면 정치의 체감지수도 시급히 조정해야 할 대상임을 느끼게 된다. 새 정권을 이끌어갈 주역들의 의욕과,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체감지수 사이에 큰 틈새가 벌어져 있지는 않은지 경계할 일이다. 이번 대선에서 20, 30대와 50, 60대 사이에 드러난 정치적 체감지수의 차이도 메워야 할 숙제다. 재벌 입장에서 보면 정권인수위원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경제정책들이 워낙 살벌한 것들이 많아 재계가 느끼는 이 겨울의 체감온도는 한없이 낮은 모습이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