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전문가, 월 스트리트의 금융 애널리스트.
이들 직업이 2015년쯤에는 미국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전망했다.
이 잡지는 최신호(2월3일자)에서 연구조사기관인 포레스트 리서치를 인용해 미국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33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잡지는 세계화의 흐름이 세계 경제의 모양새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20여년 전 신발 장난감 등의 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고 이후 단순 서비스 영역이 아웃소싱의 물결을 탄 데 이어, 고도의 지식기반 영역에까지 국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미국회사? 인도회사?=인도 방갈로 공항 인근에 위치한 위프로사(). 인도인 방사선과 전문의 5명은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환자들의 컴퓨터단층촬영(CT) 필름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당일 매사추세츠 병원에 전해지고 바로 수술 일정이 잡힌다.
인도의 반도체 기술자는 미국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고향과 가족을 떠나 미국에 갈 필요가 없다. 인터넷, 화상회의 등을 통해 미국 본사와 실시간 정보 교류가 되므로 물리적인 거리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가전업체 필립스는 TV 오디오 등을 개발하는 리서치센터를 중국 상하이()로 옮겼다. 증권회사 리만브러더스는 인도의 금융 애널리스트를 활용한다. 생활용품 회사 P&G의 세무금융 업무는 주로 필리핀에서 이뤄진다.
인건비 싸고, 유능하고=방갈로 지역의 IT 전문가들이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차세대 휴대전화 칩을 개발한다. 연봉은 약 1만달러. 미국에서 비슷한 능력의 전문가를 고용하려면 7배쯤 줘야 한다.
건축설계사를 필리핀에서 고용하면 월 250달러, 미국에서는 3000달러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의 임금은 인도에서는 월 500달러, 미국에서는 1만달러다.
개발도상국의 첨단기술, 기초과학, 금융공학 등의 학위 소지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이들 국가의 인력수준은 선진국 못지않다.
선진국 화이트칼라의 위기=비영리단체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IT 전문직 일자리가 20%나 줄었다.
2015년까지 미국의 법률 전문직에서 7만5000개, 경영직에서 28만8000개 등 총 330만개의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 노조는 최근 러시아 연구센터를 강화하면서 본사 인원을 해고하려는 데 반대해 경영진과 충돌하기도 했다.
미국 화이트칼라 직종의 임금수준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2000년 미국에서 주요 IT 전문직 연봉은 13만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1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면 이러한 추세가 개발도상국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인도는 2008년이면 IT와 서비스 수출로 400만명을 고용하고, 57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진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