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등 조선시대 궁궐 5곳이 있다. 이곳에선 설 연휴 기간에 다양한 민속놀이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분관) 궁중유물전시관도 위치해 있어 설 나들이에 제격이다. 즐거운 나들이를 위해 궁궐에 숨겨진 사연을 들여다본다.
대한문은 덕수궁의 정문인가=경복궁의 정문은 광화문()이고, 창덕궁은 돈화문(), 창경궁은 홍화문(), 경희궁은 흥화문()이다. 궁궐 정문 이름엔 모두 가운데에 화()자가 들어 있지만 덕수궁의 대한문()만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대한문은 덕수궁의 정문이 아니었다. 정문은 남쪽(지금의 서울시청 별관 앞)에 있던 인화문()이었다. 1900년대 초 일제가 도로를 만들면서 인화문을 철거해 이후 대한문을 정문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대한문도 원래 대안문()이었다. 그러나 안()자에 계집 녀()자가 들어 있어 좋지 않다는 통념에 따라 이름을 바꾸었다. 고종이 대한문으로 고치면 국운이 창성한다는 꿈을 꾸어 대한문으로 고쳤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어느 궁궐에 왕들이 가장 오래 살았을까=경복궁이 아니라 창덕궁이다. 경복궁에선 약 230년간, 창덕궁에선 약 270년간 왕들이 살았다.
경복궁은 1395년 창건1592년 임진왜란, 1868년 중건1896년 아관파천(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일) 때까지 궁궐로 사용됐다. 1405년 창건된 창덕궁에선 1611년 중건경복궁이 중건된 1868년, 순종이 즉위한 1907년국권을 침탈당한 1910년까지 왕들이 정사()를 펼쳤다.
창경궁은 왕궁이 아니다. 바로 옆 창덕궁의 공간이 부족해 창덕궁에서 생활할 수 없었던 왕의 어머니나 왕의 할머니들이 거처한 곳이었다.
용마루가 없는 건물들=기와건축물 지붕 꼭대기엔 예외 없이 2050cm 높이로 길게 모양을 낸 용마루가 있다. 그러나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엔 이것이 없다.
강녕전과 교태전은 왕과 왕비가 동침하는 침전이다. 왕은 용이고, 신성한 용이 대를 이을 용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침전이다. 그러니 또 다른 용이 감히 지붕에서 임금을 짓누를 수 없는 법. 그래서 용마루를 만들지 않았다. 왕비 침전인 창덕궁의 대조전()과 창경궁의 통명전()도 마찬가지.
광화문은 목조가 아닌 콘크리트 복제품=광화문 석축 위의 2층짜리 문루()는 목조가 아니라 목조를 흉내낸 콘트리트 건축물이다. 625전쟁 때 파괴된 것을 1968년 지금 위치에 복원하면서 시멘트로 지었다. 현판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로 쓴 것이다.
이광표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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