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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고픈 우울증 70%는 약으로 치료

Posted February. 23, 20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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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고통 속에서 사는 우울증 환자와 가족의 가슴에 무지와 오해 때문에 못을 박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와는 다르다면서 이번 참사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더욱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용의자와 우울증=용의자 김대환씨는 뇌중풍 뒤 각종 정신적 문제에 시달렸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뇌중풍 환자의 20% 이상에서 우울증이 나타난다. 또 뇌중풍 환자의 30% 이상은 성격이 충동적으로 변한다. 특히 평소 인격 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정신적 문제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의 경우 평소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남이나 공공의 이익을 희생해도 좋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우울, 분노감, 충동감 등 정신적 문제가 뒤엉켜 폭발했다는 게 많은 전문의들의 진단이다. 여기에다 남이나 자신에 대한 평가와 자신의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경계선 인격장애도 작용했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남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는다. 혼자서 괴로워하며 자책, 자해, 자살 등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충동적으로 범죄를 일으킨다고 알고 있지만 비장애인의 범죄율보다 낮다.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우울증의 원인과 증세=우울증은 유전적인 이유에다 후천적 요인이 겹쳐 뇌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뇌질환이다.

우울증 환자는 기력이 떨어져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하고 다른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김씨처럼 다른 요인이 있을 때에만 일어난다.

우울증이 생기면 처음에는 혼자서 괴로워하며 불안, 걱정, 초조감이 심해진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말이 느려진다. 증세가 더 심해지면 나는 틀렸다, 나는 하찮고 쓸모 없는 존재다라고 비하하며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다.

우울증 환자는 또 대개 잠을 잘 못 이룬다. 반면 지나치게 많이 잔다. 식욕이 떨어지고 몸무게가 줄며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트림, 설사, 변비, 두통, 현기증, 피로감, 관절통, 근육통, 성욕저하 등이 생기기도 한다.

대체로 기분은 아침에 잠에서 깨 정신을 차릴 무렵 가장 좋지 않고 오후가 되면 다소 좋아진다.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하다=이가 아프면 치과에서 치료를 받듯 우울증은 정신과에서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 우울증은 정신과에서 가장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다.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는 크다.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으면 경중에 관계없이 70%가 효과를 본다. 이전에는 약을 먹으면 눈동자가 풀리고 침을 흘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요즘 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그러나 약은 복용 26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므로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또 증세가 개선됐다고 해서 곧바로 약을 끊으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병원에서는 이와 함께 환자와의 상담을 통한 정신치료 등을 통해 환자의 우울감을 벗겨 준다.

우울증의 치료에는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족은 환자에게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을 수시로 얘기하며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한다. 또 약 복용을 도와줘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를 받으므로 비난하거나 다그쳐서는 안 된다. 환자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 상의하도록 한다. 취미활동과 종교활동 등을 권유하면 좋지만 강제해서는 안 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도관 교수)



이성주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