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이어 북부 모술과 키르쿠크를 접수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 티크리트를 제외한 전역을 장악한 미영 연합군은 티크리트 함락을 향한 최종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전후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후세인 체제의 종말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은 반()사담 후세인 활동을 벌여온 이라크 재야 지도자들을 15일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로 초청해 미 군정 이후의 새 정부 구성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미 중부군사령부 대변인 프랭크 소프 대령은 11일 이 과도정부 준비 회담에서 이라크 자치체제의 기초 원칙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항모 일부가 귀환하는 등 걸프 해역의 해공군력도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해군 총사령관인 티모시 키팅 중장은 12일 항모 5척 중 키티호크 등 2, 3척이 곧 모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은 육군 제4보병사단을 최근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진격시키는 등 지상군 병력은 늘리고 있다.
미군은 중요 전쟁 범죄자로 지목된 후세인 대통령 등 52명의 사진과 직책 등을 담은 전단용 포커 카드를 배포하는 등 검거에 들어갔다.
미국은 또 후세인 및 과거 이라크 정권 지도자들의 체포와 대량살상무기 발견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약속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시민들의 약탈행위가 계속돼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다. 공공기관이나 유엔 건물, 한국대사관 등 각국 대사관은 물론 시내 병원 대부분에도 폭도들이 들어와 의료기기와 약품 등을 훔쳐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됐다. 미영 연합군은 곧 거리질서 회복을 위해 통금을 실시하는 등 치안유지에 나설 것이라고 12일 발표했다.
한편 이라크군이 마지막으로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 티크리트로 미 해병 제1원정대 등이 진격을 시작했다. CNN방송은 큰 저항을 받지 않고 일부 병력이 진입을 시작해 곧 함락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