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의 최대 주주로 부상한 외국계 펀드 크레스트 시큐러티스는 자신들이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는 외국 자본이 사실상 국내 기업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10일 공시에서 지분이 12.39%라고 밝힌 크레스트는 14일 의결권 기준 지분이 14.76%로 높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크레스트의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은 14일 SK투자에 대한 소버린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소버린은 이 자료에서도 자신을 장기투자가라고 강조했을 뿐 적대적 M&A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시인하지는 않았다.
소버린의 발표=소버린은 SK가 SK글로벌 사태와 과거의 수익성 없는 방만한 투자 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믿는다면서 SK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채권자 종업원 규제당국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신뢰와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과감한 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높은 수익창출을 위해 사업계획 재조정은 물론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성취할 수 있도록 SK 경영진과 작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SK에 대한 경영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소버린은 또 자료에서 스스로를 국제자본시장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투자기업으로 평균 투자 기간이 4년이 넘는 장기투자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크레스트 지분 확대=한편 크레스트가 주식의 추가 취득으로 지분을 14.76%로 확대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크레스트는 10일과 11일 각각 264만3020주, 65만9090주의 SK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모두 1902만8000주를 보유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보통주 지분은 14.99%,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포함한 지분은 14.76%라고 공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SK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온 크레스트는 4일 SK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주요 주주가 됐기 때문에 보고의무 시한(10일 이내)인 이날 보고서를 공시했다.
이날 산업자원부는 크레스트의 SK 지분 취득 과정의 의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산자부 이병호() 국제협력투자심의관은 크레스트측이 지분 12.39%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금액에 비해 신고된 금액이 적은 것으로 잠정 조사돼 정확한 신고 및 투자금액 등을 확인할 예정이며 특히 9일 외국인 투자신고를 하기 전에 이미 지분 취득 규모가 10%를 넘어섰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