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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럼즈펠드 방식

Posted April. 20, 20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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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측근에게서 누구를 최고의 전략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폴레옹의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승자라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자 그를 향한 비난과 비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현장 지휘관인 토미 프랭크스 대장이나 합참의장 출신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보다 한 수 높은 전략가로 칭송받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4선 의원의 관록을 바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대사, 대통령비서실장, 국방장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는 1975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쳐 43세라는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국방장관이 됐다. 그의 장관 재임 중에 크루즈미사일 같은 첨단무기들이 개발됐다. 98년 미국 탄도미사일위원회 의장에 추대되면서 그는 다시 정계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그는 당시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에게 편지를 보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제거하는 전략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다.

이처럼 다채로운 삶의 역정과 경력을 지닌 럼즈펠드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이끄는 데 유용했던 경험들을 촌철살인()의 문장에 담았다. 이름하여 럼즈펠드 방식이다. 추려 보면 무려 150여개가 넘는데 그 중 몇 가지만 맛보자. 대통령에게 날카롭게 짖어댈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지 말라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샤를 드골이 말했듯이 세계의 공동묘지에는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 넘쳐난다 백악관은 아마추어가 일에 적응해 나갈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A급의 인물은 A급 능력자를 채용하고 B급은 C급 정도나 겨우 채용할 수 있다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각을 대통령에게 피력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하지 말라 모든 일을 대통령이 직접 관장해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라.

거북은 목을 앞으로 내밀 때만 전진한다. 럼즈펠드 장관이 가장 좋아하는 좌우명이다. 그는 자신의 원칙 즉 럼즈펠드 방식에 부합할 때만 움직였다.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때만 갑옷 바깥으로 자신의 목을 내밀고 느리지만 단호하게 전진했던 것이다. 마치 거북처럼 말이다. 그의 나이 올해 일흔한 살이다. 이라크전은 바로 이 노익장의 승리였다.

정 진 홍 객원논설위원방송인 atombit@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