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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관 '철책지키는 군인의 심정'

Posted April. 28, 20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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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1시50분 인천국제공항 7번 탑승구. 중국 베이징()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특별기를 통해 입국한 승객 143명이 검역대에서 체온 검사, 검역 설문지 제출 등 통과의례를 치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강심장 승객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2겹으로 쓴 승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3개나 착용한 유학생 엄모씨(28)는 아는 의사가 3개 정도는 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해 기내에 있었던 2시간 내내 착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엄씨는 인터넷을 통해 베이징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소식을 전하는 국내 뉴스를 봤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한마디로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검역관, 간호장교, 위생병 등 6명은 유학생들은 별도로 신분을 알려 주세요라는 꼭 필요한 안내말만 건넨 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입국자 검역을 돕기 위해 육군 원주병원에서 파견나온 이상준 병장(23)은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을 검사할 때는 마스크를 하나 더 쓴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이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권모씨(38)는 체온이 37.8도에 달해 인천의 한 병원으로 후송됐다.

중국 유학생들의 귀국이 늘어나고, 귀국자 중 고열 환자도 발생하면서 국립보건원과 인천공항검역소 등 보건 당국은 검역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부터 체온계로 체온 검사를 하던 방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출국 심사대 앞에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해 체온이 높은 사스 의심 환자를 찾아내고 있다.

23일부터는 간호장교, 위생병 등 군 의료인력 36명이 인천공항검역소에 투입됐다. 공항 검역관 29명의 근무 체제도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휴식에서 36시간 근무 후 36시간 휴식으로 대폭 강화됐다.

인천공항검역소 권영운 계장은 중국에서 하루에 7000명가량의 승객이 입국하고 있는데 고열, 기침 등 사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하루 24명씩 나타난다며 철책을 지키는 군인의 마음으로 검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베이징, 홍콩 등 사스 위험 지역으로 운항하는 항공사 승무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한공의 한 여성 승무원(27)은 27일 회사로부터 사스증상 의심시 그룹장 및 항보실 연락 후 지침받을 것. 우선 병원방문금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 승무원은 승무원이 사스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회사측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 같다며 홍콩 노선 외에는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메시지를 받고난 뒤 승무원들 사이에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김성심씨(27)는 비행도중 기내에서 주기적으로 가글을 하고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항균성 크림을 손에 바르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베이징이나 홍콩 같은 사스 위험지역으로 갈 때는 신경이 더 쓰인다고 말했다.

한편 사스의 여파로 하루 평균 4만6만여명을 웃돌던 인천공항 출입국자들이 2만5000명 내외로 줄면서 공항 내 면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 가장 북적대던 양주, 담배 매장은 매출이 45% 정도 줄었고 수입 화장품 가게도 60% 이상 격감했다는 게 가게 직원들의 설명. 반면 약국은 방진 마스크 특수로 재미를 보고 있다. 3층 출국장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개당 2000원하는 마스크를 하루 평균 150250개 정도 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