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순찰대에 금품요구 협박

교통 경찰관들이 교통단속 과정에서 뇌물을 받는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이를 미끼로 경찰관 11명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경남지방경찰청 감사담당관실에 따르면 경남지방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6지구대 부대장이었던 A경위(현 창원서부경찰서 근무)에게 4월20일 협박편지와 함께 교통 경찰관들이 돈을 받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테이프가 배달됐다.

이 테이프에는 1997년 말부터 2000년 1월 사이 6지구대에 근무했던 경찰관 11명이 과속차량 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50001만원을 받고 위반사항을 눈감아 주는 장면과 이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30,40대로 추정되는 범인은 이 협박편지에서 이 자료를 언론사 등에 팔면 경찰공무원 전부가 타격을 입고 6지구대는 초토화될 것이라며 적당한 가격을 주면 비디오테이프를 팔겠다고 말했다.

범인은 지난해 12월 A경위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전화와 함께 협박편지를 보냈으나 반응이 없자 이번에 협박편지와 함께 비디오테이프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A경위가 29일 이 같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면서 공개됐다. 현재 이 사건은 경남경찰청 감사담당관실에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수사과에서 범인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우편물은 16일자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고, 발송지는 모두 서울 강남이었다.

이에 앞서 범인은 6지구대에 근무했던 마산동부경찰서 B경장(37)에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협박편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협박편지에는 갖고 있는 자료(비디오테이프)를 보내 줄 테니 경찰관 한 사람당 1000만원씩을 내놓으라. 확실한 답을 주지 않으면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고 인터넷 사이트에도 띄우겠다고 적혀 있었다.

B경장은 혼자 고민을 하며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편지에 남아있는 지문까지 감식했으나 범인의 신원파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B경장은 범인의 협박에 응하지 않았으며 상부에도 보고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감사담당관실의 진상 조사가 시작되자 자신이 협박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협박을 당한 경찰관들은 30일 조사과정에서 단속과정에서 50001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협박범에게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과정에서 돈을 받았더라도 징계시효 3년이 지난 상태여서 징계는 어려우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형사입건 여부는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이 차량 조수석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한 뒤 돈을 주고받는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인의 신원추적과 함께 경찰관들이 범인에게 돈을 건넸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2건의 협박편지를 공개한 것과 달리 공갈범이 보낸 비디오테이프는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강정훈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