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조직 개편과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개편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정치공작과 사찰 논란의 대상이었던 대공정책실을 폐지한 점이고, 또 하나는 북한이나 해외와 연관이 없는 국내 보안범죄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로 넘긴 점이다. 국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월권과 탈선을 저질러온 데 대한 반성 위에서 국정원의 탈() 정치화, 탈 권력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정당 국회 정부기관 대기업 종교단체 노동단체 학원 언론사 등에서 전담요원을 철수하고 사찰을 하지 않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국정원은 그동안 국정 전 분야에 간여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악용해 끊임없이 정치개입 인권침해 도감청 논란 등을 빚어 왔다. 이번 개편이 국정원의 어두운 이미지를 불식시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정보기관 개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도 정권 출범 초기에는 국정원의 정치 중립을 위한 조치를 취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새로운 조치들은 얼마 못 가 변질되기를 반복했다. 정부가 국정원을 정권안보용 존재로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정권시절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개혁이 또 다시 흐지부지돼 버리지 않으려면 국가 정보기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이 지켜져야 한다. 국정 전반의 감시자처럼 행세해 온 국정원 구성원의 의식도 시대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국정원의 일부 수사권 검경 이관 조치가 보안사범 수사와 대북 정보활동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이 대치한 우리의 특수상황에서 방첩활동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빈틈없는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야의 국정원 개혁 논의가 국정원 자체 개혁의 미흡한 부분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