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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잠수함' 안방서 좌초

Posted June. 11, 20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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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11일 보스턴 팬웨이파크에서 열린 김병현(24)의 홈경기 데뷔전. 그는 4회까지 내셔널리그 팀타율 1위(0.289)의 최강타선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2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직구 최고시속은 140km대 초반이었지만 특유의 변화무쌍한 구질과 완급조절이 효과를 봤다. 1회 2사 후 짐 에드먼즈부터 4회 앨버트 푸홀스까지 연속 9명의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을 정도.

하지만 2-0으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문제의 5회. 선두타자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중견수 뜬공으로 1사 3루가 됐다. 첫 실점위기. 김병현은 8번 마이크 매서니를 우익수 얕은 뜬공으로 잡아내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게 화근이 됐다. 2사 후라 마음을 놓은 상태에서 다음 타자인 올랜도 팔메이로를 얕잡아 본 것. 김병현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몸쪽 승부를 벌이다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내야안타와 실책으로 2, 3루가 된 뒤엔 J D 드루에게 뼈아픈 중월 역전 3점홈런을 허용.

승리투수요건을 눈앞에 두고 2사 후에 내준 점수라 더욱 아쉬웠다. 김병현은 5회를 마친 뒤 루디 시네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5이닝 무4사구 2탈삼진 6안타 4실점.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은 6.60으로 나빠졌다.

이날 투구 수는 87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보스턴의 그래디 리틀 감독은 김병현이 사흘 전인 8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중간계투요원으로 2이닝을 던졌음을 감안해 조기교체했다.

김병현은 경기 시작할 때부터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했다. 공격적으로 피칭해 투구수를 줄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선발과 중간계투를 겸하고 있는 무리한 피칭스케줄이 컨디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레이드된 뒤 1일부터 보스턴 선수단에 합류, 11일 동안 선발과 중간계투 등판을 각각 두 차례 소화했다.

김병현은 8회 보스턴이 동점을 만드는 바람에 패전은 면했다. 1967년 월드시리즈 7차전 이후 36년 만에 맞붙은 이날 경기에선 세인트루이스가 9-7로 이겼다.

한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봉중근은 이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말 저메인 다이에게 끝내기 1점홈런을 맞아 시즌 첫 패배(5승1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