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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도 맞아도 2점대로 꽁꽁

Posted June. 12, 20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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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타율은 내셔널리그 33위(0.269), 그러나 평균자책은 초특급 투수와 어깨를 견주는 2점대(2.88공동 6위).

한국판 그레그 매덕스로 불리는 서재응의 성공 비결이 이 상반된 기록 속에 함축돼 있다.

서재응은 전성기 시절의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나 핵잠수함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처럼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다. 140km대의 평범한 직구에 삼진은 적고 안타를 많이 허용한다. 시즌 초에는 한때 피안타율이 낯부끄럽게 3할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서재응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면서도 대량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연타를 맞지 않기 때문.

광주일고 시절 1년 후배인 김병현과 투수와 3루를 번갈아 맡던 서재응을 스카우트해 국가대표 에이스로 키워낸 주성노 인하대 감독은 이날 TV로 경기를 지켜본 뒤 서재응 돌풍의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체인지업. 서재응은 국내에선 슬라이더가 주무기였지만 서클 체인지업을 비롯해 미국에서 2개의 체인지업을 터득했다. 박찬호의 체인지업이 옆으로 변한다면 서재응의 것은 커브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 상대 타자로선 직구와 구속이 달라 배팅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것은 물론 방망이에 맞는 타점도 떨어지는 한 순간밖에 없어 좀처럼 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컴퓨터 제구력. 서재응은 올해 81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17개의 볼넷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공격적인 피칭.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5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과 어깨수술, 재활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또한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를 받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식의 공격적 피칭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

네 번째는 수려한 외모. 미국에 간 뒤 체중이 10kg 이상 불어난 서재응은 여성 팬의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나이스 가이로 통한다. 팬이 많다는 것은 구단으로서도 같은 값이면 그를 중용한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서재응은 이날 텍사스전까지 12경기 연속 1회 무실점 행진을 하는 집중력으로 초반 위기를 봉쇄했고 5회 라파엘 팔메이로의 3루쪽 내야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