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진보성향 의원 5명이 오늘 탈당을 선언한다는 소식이다. 민주당 신당파 및 정치권 외곽의 개혁신당 추진 세력과 연대해 창당하겠다고 주장하나 그 성격과 목적에 대해 국민은 선뜻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든 야든 국회의원이 몸담아온 정당을 떠나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뒤엎는 자기부정이다. 또 의원 개인이 아니라 소속 정당을 보고 표를 찍은 유권자를 배신하는 행위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신당론이 일고 이에 따른 이합집산이 활개를 치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이들의 이탈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병렬 체제 등장 후 당내에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진보파의 탈당은 오히려 변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그동안 정치 경제 남북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당내 주류세력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고 이 바람에 당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비친 경우가 없지 않았다. 따라서 소속 국회의원 수가 몇 명 줄더라도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주류 비주류로 나뉘어 몇 달째 신당싸움에만 골몰하는 민주당도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집권당의 역할은 팽개친 채 연일 불협화음만 생산해내는 민주당의 모습에 국민은 진저리를 내고 있다. 신당이든 분당이든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아 이념이 같은 사람들끼리의 정체성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지금 나라 사정은 안팎으로 어렵다. 북핵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경제도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집안문제에 매달려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각종 법안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직무유기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이 불안하고 대책 없는 정치적 혼돈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