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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vs 사법부 갈등 번지나

Posted August. 14, 20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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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인선 문제를 둘러싼 사법파동이 자칫 사법부와 청와대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이번 사태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무 수석비서관인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사법부 내부의 일에 대해 우리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그렇지만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연판장을 작성한 판사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쪽이다. 이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기존 관행대로 대법관을 제청하려 한 대법원의 방침에 반발해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직에서 사퇴한 것도 청와대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청와대의 고민은 판사들의 주장에는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사법부와의 대충돌이 불가피한 대법관 제청 거부라는 초강수 카드를 과연 끄집어낼 것인가에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에 대한 임명 거부 사례는 195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법관추천위원회가 제청한 대법관 후보에 대해 임명을 거부한 것이 유일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제청 또는 임명 거부라는 행동에 나설 경우 자칫하면 사법부의 독립 침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동시에 사법부와의 정면충돌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특히 헌법에 규정된 대법관 임명 절차가 대법원장의 제청국회 동의대통령 임명으로 3권 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반영돼 있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까지 통과될 경우 노 대통령이 이를 거스르고 임명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법률적으로도 대통령이 임명거부의 권한을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와 그동안 대법관 임명을 사실상 대법원장이 주도해 왔던 관례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판사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데 대해 대법원은 헌법상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최고위직 인사를 청와대의 뜻에 따라 바꿀 경우 이는 사법권 침해나 사법부의 굴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더욱이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최종영() 대법원장은 재판 능력을 인정받은 후보자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법부 개혁이 당장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경제 민생현안이 많고, 정치상황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법부와 전면전을 벌이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얘기다.

실제로 민정2비서관실이 정부 출범 이후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검토안을 마련했으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내부 판단에 따라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청와대는 제청 거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면서 대법원이 현재의 태도를 바꿔 소장 판사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절충안을 알아서 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정훈 정위용 jnghn@donga.com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