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라 9, 10월 두 달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4년 미만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의 구제에 비상이 걸렸다.
사업주의 무관심과 행정당국의 준비 소홀로 구제 신청이 극히 저조할 뿐 아니라 구제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들이 6일 전면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저조한 실적=2일 현재 전체 구제 대상 22만7000명 가운데 합법적인 신분을 얻기 위해 필요한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10%를 갓 넘긴 2만3500명.
나머지 20만3500명이 기한인 이달 말까지 모두 구제신청을 한다면 휴일을 뺀 24일 동안 하루 평균 8479명이 신청해야 한다. 취업확인서 발급업무를 하는 고용안정센터는 69곳으로 한 곳에서 하루 129명을 처리해야 하는 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인지역은 훨씬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직업상담원노조 박영진 부위원장은 이미 기한 안에 구제업무를 마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전 상담 외에 신청을 접수한 뒤에도 누락된 서류가 없는지, 외국인이 서류상의 사업장에서 실제 일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려면 신청 후 3일 만에 취업확인서를 내주기가 빠듯하다는 것.
준비 부족=이처럼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업주의 무관심과 기피 때문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합법화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체류 외국인과 이들을 고용한 업주에 대한 범칙금(최고 1000만원)을 2배로 올리고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부의 준비 부족과 탁상행정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한다.
성남외국인노동자의집 이상린() 소장은 구제 대상 업종이 지나치게 한정돼 있는 데다 고용확인신고서, 사업자등록증 사본, 표준근로계약서 등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를 갖출 수 있는 외국인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3만3000여명으로 추산되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는 대부분 인력회사를 통해 취업하는데 3, 4단계의 하도급을 거쳐 이들을 고용한 공사장의 십장이 어떻게 서류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것.
이 소장은 복잡한 서류를 갖추지 않아도 국내 체류기간 4년을 넘지 않으면 합법화 대상으로 하는 것만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담원 파업=직업상담원 1800여명은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6일 전면파업을 강행키로 했다.
전국 155개 고용안정센터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상담원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불법체류 외국인 구제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실업급여 지급, 직업상담 및 알선, 직업능력 개발, 고용안정서비스 등 고유 업무의 차질은 말할 것도 없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기본급 17% 인상 및 신분 안정(정규직 전환). 그러나 노동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이미 확정된 상태인 데다 정규직화 역시 다른 정부 부처와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당장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상담원들의 파업시 9, 10월 두 달간 고용한 고용안정센터 일용직 외에 각 지방노동청의 일반직 공무원을 동원해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막판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불법체류자 구제 업무를 잘 처리할지는 불투명하다.
정경준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