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재건을 위한 결의안 초안을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고 이번 주 내에 표결할 뜻을 밝혔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반응은 미흡하다는 쪽에 가까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영국의 이라크 결의안 제출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른 이사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새 결의안 초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12월 15일까지 헌법제정과 총선 일정을 마련한다는 조항과,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대의제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이라크 과도통치위가 이라크의 주권을 구체화한 기구로 인정한다는 조항이다.
뉴욕 타임스는 구체화(embody)라는 말뜻이 분명하지 않지만 미 행정부 관리는 과도통치위원회가 (미군 대신) 실제 이라크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실제적인 변화보다 문구 변경에 불과하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그러나 두 조항은 이라크 주권을 조속히 이라크인들에게 넘기고, 이에 관한 일정표를 제시하라는 프랑스 등의 요구에 대해 미국이 고심 끝에 내놓은 대응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등은 과도통치위가 스스로 통치할 수 있다면 위원들이 미국에 의해 선임됐던 사실은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도 궁극적인 통치권은 미국 주도의 점령 당국임을 바탕에 깔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옳은 방향으로 나간 첫걸음이라고만 평가했고 도미니크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새 결의안의 달라진 부분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세르게이 트레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핵심적인 역할 보장과 정확한 일정 제시 없이는 합의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고,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결의안 내용이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만 지지하게 만들면 중국 독일도 따라오게 할 수 있어 프랑스가 기권하더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기존 결의안을 좌초시킨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버티고 있어 변수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