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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관리체제 확 바꿔야 한다

Posted November. 24, 200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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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관하는 대학입시에서 출제 오류로 두 개의 정답이 인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수능 관리의 총체적 부실뿐 아니라 공교육의 신뢰도 추락과 무책임하고 불투명한 정부시스템의 문제점까지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다.

어른들의 무능과 무책임, 도덕적 해이 때문에 63만 수험생들이 겪게 된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우선은 수능 재채점을 철저히 해 당초 예정된 12월 2일 성적 통지까지의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2차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막중한 일을 지금까지 수능 관리를 잘못해 온 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대로 담당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특히 평가원장은 그동안 학원 강사 출신의 출제위원 선정과 오답 시비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 이번에 복수정답을 인정하면서도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래서야 앞으로 어떻게 평가원의 관리를 믿을 것이며 수능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또다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는 이번 수능은 공교육에만 의지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음을 드러낸 시험이었다. 그런데도 수능 직후 출제위원장은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출제위원들이 얼마나 공교육 실상과 괴리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수능 출제 관리를 잘못해 온 평가원장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평가원의 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총리와 교육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수능 출제와 관리뿐 아니라 수능의 성격과 방법 및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 고건 국무총리가 신설 운영을 지시했다는 수능 개선 기획단이 해야 할 일도 이것이다. 정부는 대학입시에 운명을 걸다시피 한 수험생과 가족은 물론 공교육 정상화와 국가의 미래까지 감안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