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이 6일 이른바 안풍()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문제된 자금의 출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고 증언했다.
법원은 강 의원의 증언을 토대로 김 전 대통령을 다음달 12일 열릴 7차 공판의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이에 따라 전직 대통령이 법정 증인으로 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7부(노영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항소심 5차 공판에서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있을 당시 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집무실에서 940억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이 돈이 국가안전기획부 자금이 아니라고 확신했고, 재판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그동안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돈의 출처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설명은 없었다며 선거를 앞두고 받은 돈이기 때문에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고인 신분으로 출정한 김기섭() 당시 안기부 운영차장은 공판에서 김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정치자금을 받지 않아 선거를 앞둔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판단해 당에 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돈은 분명히 안기부 자금이지만,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전 차장은 다음 공판까지 자금의 조성 과정과 전달한 사람 등 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재판부에 진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 검사장)는 강 의원에게 건네진 돈은 안기부 예산이라는 것이 수사 결과라며 강 의원의 진술 경위와 수사 결과 등을 재확인한 뒤 김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대통령의 증언을 들어본 뒤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공판은 27일 오후 2시.
한편 강 의원의 증언에 대해 이날 김 전 대통령측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강 의원이 구명 차원에서 그런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며 안풍 사건은 정치적 사건인 만큼 김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강 의원의 고뇌에 찬 고백으로 안풍 사건은 허구임이 드러났다며 한나라당이 나랏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