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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새 얼굴로 새 판 짜라

Posted February. 18, 20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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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거듭날 수 있는 길은 분명해졌다. 새 얼굴로 새 판을 짜는 것이다. 최병렬 대표가 공천심사위의 불출마 권고를 받아들였다지만 그 정도로 당이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초재선 의원 20명은 이미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중진까지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미룰 일이 아니라고 본다.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최 대표로는 안 된다는 인식의 공유다. 영남권의 한 중진은 다선()에 5, 6공 출신인 최 대표나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우리나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한다. 대표가 자신의 당에서조차 구()시대의 인물로 치부되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총선은 물론 당의 미래에 대해 누군들 확신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40%대였던 당 지지율이 20%대 이하로 떨어진 데 대해서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당 지지도보다 최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도가 더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설명을 해야 한다. 이회창 전 총재 탓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총선 불출마 권고도 사실상 공천 배제라는 것이 주된 인식이다. 공천에서 배제된 대표가 총선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들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당 또한 이달 말이면 발족할 선거대책위로 중심이 옮겨 가게 된다. 새 얼굴을 선대위원장에 앉혀서 당을 일신하고 최 대표는 한 발 비켜설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최 대표는 어제 대구시의원들과의 오찬에서 한나라당 말고 안정적 바탕 위에서 이 나라를 끌고 갈 당이 없으므로 우리가 당을 추스르면 다른 방법이 없어서 한나라당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실로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지난 대선 때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46.59%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을 포함해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층은 지금 대안() 부재로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판단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으려면 당이 정말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최 대표가 그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지지 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