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족(Zippie)을 주시하라. 인도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아웃룩의 선언이다. 지피족이란 정보기술(IT) 혁명과 자유무역의 세례를 받은 1525세의 Z세대를 일컫는 말. 성큼성큼 걷거나 활기차게 스쿠터를 몰아대며 어려움도 자신 있게, 창의적으로 극복해낸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회주의 시대를 벗어난 인도의 첫 세대인 그들은 힌두교의 가르침과 달리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목적을 지향한다. 골드만삭스가 세계 6대 부국과 중국 브라질의 성장이 지지부진해도 인도만은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 이 나라의 빛나는 미래를 짊어진 자유화의 아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피족이 주목받는 첫째 이유는 막강한 인적자원이다. 향후 50년간 인구가 늘어날 나라는 지구상에 인도밖에 없다. 이들은 영국 식민지 유산으로 영어를 물려받은 데다 수학과 과학에 강한 공교육을 받았다. 덕분에 인도의 실리콘밸리 방갈로르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술자 12만명보다 많은 15만명의 브레인파워가 불을 밝히고 있다. 정치가 발목을 잡지만 않는다면 2032년엔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들을 보는 세계의 눈이 곱지만은 않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화이트칼라가 세계의 서비스센터로 자리매김한 인도의 지피족에게 일자리를 뺏길 판이라고 했다. 전화응대 같은 단순업무 말고도 IT 금융 법률 등 서비스산업의 소프트 업무는 영어와 기술이 되는 지피족이 맡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을 어디서 하느냐는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추구하며 온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다 거꾸로 일자리를 뺏기게 된 미국으로선 부메랑에 맞은 격이다. 그래서 올해 미국 대선의 주요쟁점도 일자리 해외이전이다. 민주당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존 케리는 일자리를 외국으로 빼내는 기업에 엄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했고, 존 에드워즈는 부시 정권을 해외이전해야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공방을 벌인대도 더 좋은 기술과 더 싼 임금을 찾아 움직이는 세계자본을 막을 길은 없다. 대학을 나와도 영어가 힘들고 공대와 기술자를 우대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그 열매에서 제외될 뿐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