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타수 8안타(0.267)에 삼진이 무려 14개.
일본 프로야구 10경기에 출전한 이승엽(사진)의 타격성적표다.
홈런 2개에 6타점을 거두긴 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기록은 역시 삼진이다. 타석의 절반 정도에서 삼진을 당하고 있다. 그것도 14개중 헛스윙 삼진이 13개. 14일 세이부 라이온스전에선 3타석 연속 삼진(마쓰자카로부터 2개)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승엽은 삼진수가 많은 것에 대해 의연하다. 그는 잘 당했다. 삼진을 많이 먹으면 더 연구하게 되지 않겠나. 지금까지 경기해 본 결과 못 칠 공은 아니라고 본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그가 최근 무더기 삼진을 당하자 한국특파원과 일본 기자들 사이에선 진짜 약점을 감추려고 대충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역을 맡고 있는 이동훈씨도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승엽씨는 그럴 때마다 실력이 없어서 못 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고 전했다.
비록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일본 투수들에 철저히 농락당하는 것은 우려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승엽은 정규시즌에선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일본투수들이 지금보다 두배 세배 정교하고 빠른 구질을 구사하기 때문.
일본야구에 정통한 김성근 전 LG 감독은 이승엽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노림수의 혼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승엽은 상대투수의 버릇과 볼배합을 보고 노려치는 타자다. 하지만 직구를 기다릴때 변화구가 오고 안쪽을 노리는데 바깥쪽이 들어오니까 헷갈릴 수밖에 없다. 타격패턴을 다 바꿔야 한다. 노림수도 그날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엽도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3볼에서 역으로 변화구를 노렸는데 직구가 들어오더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마쓰자카와 맞대결한 뒤에도 3구째까지 바깥쪽이라 몸쪽을 노렸는데 또 바깥쪽이 들어왔다며 혀를 내둘렀다. 상대가 뭘 던질 지, 어떤 코스로 올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성근 전 LG 감독은 정규시즌에선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이승엽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때가 되면 내가 당한 것을 다 갚아주겠다고 호언장담이다. 그 때가 언제인 지 궁금하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