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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방에 밤새는 'TV토론'

Posted April. 01, 200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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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공방, 어떻게 볼 것인가 탄핵안 가결, 그 충격과 파문 탄핵심판, 어떻게 될까.

KBS1 생방송 심야토론, KBS2 100인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MBC 100분 토론, SBS SBS 대토론 이것이 여론이다 등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이 최근 다룬 주제들이다.

방송 3사는 3월 한 달 동안 내보낸 13회의 토론 프로그램 중 10차례나 탄핵을 주제로 다뤘다. 나머지 3회 중 2회도 415총선에 관한 토론이었지만 실제로는 탄핵 관련 논쟁으로 채워졌다.

모든 채널에서 토론 주제를 정치 분야에만 한정짓는 데다 방송에 나올 만한 몇 명의 정치인과 교수들만 출연해 늘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시청자들은 요일만 다를 뿐 비슷한 주제의 토론을 되풀이해 듣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전파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만 현안인가=KBS1 생방송 심야토론(토 밤 11:00)은 올해 들어 11회 방송 중 FTA 찬반논란(2월 14일),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1월 31일)를 제외하고는 9회 모두 정치 관련 주제를 다뤘다.

MBC 100분 토론(목 밤 11:05)도 분양원가 공개, 필요한가(2월 26일)를 뺀 10회 모두 정치문제에 관한 토론이었다.

올해 들어 9회를 방송한 KBS2 100인 토론(일 밤 11:10)의 토론 주제도 동성애, 청소년에게 유해한가(2월 8일), 이혼율 50%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1월 4일)를 뺀 7회가 정치문제였다.

탄핵처럼 동일한 주제를 여러 채널에서 다루는 사례도 많다. 올해 각 채널에서 유권자 운동에 관한 토론은 5차례나 방송됐다. 심야토론이 2월 7일 낙천 낙선운동, 유권자 혁명의 시작인가를 방영했고, 100인 토론은 1월 11일 2004 총선 당선운동 논란을, 2월 1일 국민참여 0415 당선운동 논란을 내보냈다. 100분 토론도 1월 8일 17대 총선 유권자 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2월 5일 왜 다시 낙선운동인가를 다뤘다.

토론자들의 겹치기 출연 사례도 많다. 3월의 경우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100분 토론에 참석한 데 이어 12일에는 대토론에도 패널로 나왔다. 전성철 민주당 정책기획단장, 유운영 자민련 대변인,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4개 채널에 걸쳐 2회씩 출연했다. 최한수 건국대 정외과 교수는 12일 대토론과 14일 100인 토론에,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100인 토론에 1회, 대토론에 2회 출연했다.

합의도출 없이 의견대립만=시청자들은 토론 프로그램이 패널들의 주장을 소개하는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합리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보다 감정대립만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6일 방송된 대토론에서는 전 정책기획단장과 노 대변인 사이에 진보 보수에 관한 설전이 벌어졌다.

떡을 키우는 게 보수고, 진보는 떡을 나누는 것입니다. 지금은 떡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전성철) 보수는 떡을 훔쳐가거나 독식하고 있습니다.(노회찬)

노 대변인은 유 대변인과도 언성을 높였다.

자민련이 이번 선거 끝나면 없어질 당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이 자리에서 사과하세요.(유운영) 친북, 반미세력이라고 말한 것 사과하면 저도 사과할게요. 그러니 도태되는 것 아닙니까.(노회찬)

14일 방영된 100인 토론에서는 이동복 전 명지대 명예교수와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저한테 의견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언제 강요했습니까.(조기숙) 탄핵 가결이나 기각은 우리가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기본 입장이에요.(이동복) 제가 언제 제 생각을 남에게 강요했는지 얘기를 해봐 주시죠.(조기숙)

토론자들 사이에 감정의 앙금을 남긴 채 방송이 끝난 뒤에는 시청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저 당 저팔계 X같은 소리 하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그만하라 사회자는 똑바로 진행하라 등 편을 나눠 말싸움을 한다.

나미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TV 토론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에게서 상호 이해와 합의를 도출해내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채널별 주제를 차별화해 다양한 의제를 설정하고 새로운 토론자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