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일요일 백 나인(Back Nine) 돌입 전까지는 결코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가 짓누르는 중압감은 엄청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한 2002년 대회 때 어니 엘스(남아공)와 비제이 싱(피지)은 후반 파5홀에서 어이없게도 트리플과 쿼드루플 보기를 범해 다 잡은 그린재킷을 놓치기도 했다.
2004마스터스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연출될 것인가.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벌어진 3라운드.
6명으로 좁혀진 우승후보 중 눈에 띄는 2명은 공동선두(6언더파) 필 미켈슨(미국)과 사흘 연속 선두권을 유지한 공동4위(3언더파) 탱크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
미켈슨은 과연 메이저 타이틀이 없는 최고의 골퍼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이번에는 떼어낼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4대 메이저 대회에 46회나 출전한 그는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특히 마스터스에서는 최근 3년 연속 단독 3위.
역대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 평균 타수를 감안할 때 미켈슨의 우승 확률은 높다. 특히 최근 13년간 마스터스 우승자는 모두 챔피언조에서 나왔다는 것도 그에게는 힘이 될 수 있는 대목.
하지만 대학시절 라이벌이자 공동선두인 사이코 그립 크리스 디마르코(미국)와 단독 3위(4언더파)인 마스터스 새내기 폴 케이시(영국)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2라운드 때 역대 마스터스 아웃코스 최저타 타이기록(6언더파 30타)을 수립한 최경주의 신들린 듯한 퍼팅이 되살아난다면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이 될 듯.
최경주는 오거스타 그린을 완전히 파악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 쏟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최경주는 황태자 엘스와 같은 조로 12일 오전 3시40분(한국시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한편 이틀 연속 선두를 달렸던 영국의 골프신동 저스틴 로즈(23)는 3라운드에서 9오버파 81타로 자멸해 이날 3오버파 75타에 그친 우즈와 공동20위(3오버파 219타)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안영식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