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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역차별

Posted April. 11, 20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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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사회 경제적 여건이 백인에 비해 불리한 흑인과 소수 인종을 배려해 주는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첨예한 법률적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우대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백인 남성들이 역()차별이라면서 집단소송을 제기했던 것. 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학입학 등에서 소수 인종에게 일률적으로 가산점을 주거나 일정한 수를 배정하는 할당제 방식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여러 요소 가운데 배려하는 요소로 삼는 것은 합헌이라고 했다.

할당제와 우대정책은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역차별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 이 제도는 사회 경제적 차별을 받은 계층을 위해 한시적으로 합리적 범위 안에서 실시해야 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행에는 헌법적 고민이 따른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할당제와 우대정책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학교장 추천을 받아 지방 출신을 6급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하는 지역 인재 추천제, 국가고시 합격자 가운데 지방 출신이 20%에 못 미치면 미달 비율만큼 지방학교 출신을 합격시키는 지방 인재 채용 목표제, 여성만 출마하는 여성 전용 선거구 등은 역차별 문제를 안고 있다.

여건 변화에 따라 남성들이 역차별을 느끼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여성 외교관을 배려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주로 배치하던 관행은 여성 외교관의 수가 적을 때는 문제 되지 않았지만 여성 외교관이 증가하면서 남성 외교관들이 역차별 주장을 하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에서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경우 여자는 7등급으로 3200만원을, 남자는 12등급으로 1000만원을 지급토록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남성 외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나온 변화다.

이런 역차별 주장은 타당하지만 요즘 확산되고 있는 남성 역차별론은 가부장적 권위 상실에 따른 피해 의식에서 나온 것도 많다. 특히 군 가산점 폐지, 호주제 폐지, 여성 의원 비례대표 비율 확대 주장 등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자본, 비수도권에 대한 수도권,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내국인노동자의 역차별 등 차별 아닌 역차별이 이슈가 되는 세상이 됐다.

배 금 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na@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