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미군들이 여성 수감자들을 성폭행했다는 주장 등 충격적인 증언과 사진이 연이어 새로 나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이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포로 학대에 대해 사과했으나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포로 학대의 여파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이라크 병력 파견을 더욱 꺼리고 있어 부담을 분산하려던 부시 행정부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 수감자 성폭행까지=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7일자)는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은행 약탈 혐의로 7개월간 억류됐던 모하마드 유니스 하산이 이라크 여성 수감자들을 미군 간수들이 성폭행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산씨는 자신의 감방 건너편 복도 바닥에서 한 미군 간수가 여성 수감자 1명을 주기적으로 성폭행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기소된 린디 잉글랜드 이병이 벌거벗은 이라크 남자 포로의 성기를 겨누는 사진 속의 당사자라고 밝힌 하이더 사바르 아베드 알 압바디는 내 성기 근처에 누군가의 입술이 가까이 있는 것을 느꼈다. 내 얼굴의 보자기가 벗겨졌을 때 그 사람이 포로로 함께 수감된 내 친구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미 주간지 뉴요커는 10일 벌거벗은 한 이라크 수감자가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으르렁거리는 셰퍼드 군견 2마리의 위협을 받으며 공포에 질려 웅크리고 있는 학대 장면을 새로 공개했다.
영국 1년 전 학대 인지=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지난해 5월 영국 국방부에 학대 혐의가 담긴 문서를 보낸 데 이어 6월에는 국방부 및 외무부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7, 10월에도 관련 문서와 서한을 국방장관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AI의 주장은 영국 총리실이 8일 야당인 보수당으로부터 수감자 학대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밝히라는 요구에 올해 2월 국제적십자사연맹의 통보를 받고 관련 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시점과는 10개월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9일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스 3TV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 병사에게 잘못 대우받은 이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이런 행위는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관련자들은 군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NATO는 이라크에서 유혈사태가 계속되는 데다 포로 학대 사건까지 터지자 파병 일정을 11월 미 대선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LA 타임스가 9일 전했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