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
한국축구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열렸다.
5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 2주년 기념 터키와의 2차 평가전. 박성화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대행은 골키퍼 김영광을 비롯해 조재진, 김두현, 김동진, 박진섭, 김치곤 등 올림픽대표위주로 9명을 선발로 투입하는 강수로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2002월드컵 멤버중 유상철과 김남일만이 스타팅으로 뛰었다. 1차전에 뛰었던 설기현과 송종국, 이을용, 골키퍼 이운재 등은 90분 내내 벤치를 지켰다.
한국은 젊은 피의 활약에 힘입어 3월31일 몰디브와의 독일월드컵 2차 예선 무승부부터 시작됐던 지긋지긋했던 무득점의 사슬을 4경기 만에 끊었다. 터키와의 역대전적에서는 1무4패만에 첫 승리.
혈기 왕성한 젊은 선수들은 미드필드부터 강력한 압박을 실시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터키와 전혀 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패스미스와 경기운영 미숙, 수비불안도 다소 드러나긴 했지만 2002월드컵 태극전사들이 주축이 된 2일 1차전(0-1패)의 무기력한 플레이와는 완전히 달랐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처음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한 게 주효했다. 젊은 선수들이 의욕적이고 투지 넘친 플레이가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주성 전 협회 기술위원은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꾸려 대등한 경기를 펼침으로써 기존 선수들에게는 위기의식을 심어줬고 신진들에게는 대표팀 주전 확보에 대한 동기 유발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있는 경기라고 평가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안정환과 최진철이 1차전 때보다 훨씬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도 올림픽대표 선수들의 활발한 플레이에 자극받았기 때문이란 분석. 박성화 감독 대행도 9일 베트남과의 월드컵 예선(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기존의 대표팀 선수들을 주로 기용하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은 과감히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을 투입하겠다며 굳이 이름 있는 선수들에게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
2002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한국축구. 터키와의 2차전은 무한 경쟁을 통한 젊은 피 수혈만이 한국축구가 살길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