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모습으로 정원을 산책하는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 손짓까지 해가며 정담을 나누는 러시아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개별 행동으로는 부족한지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떼를 지어 해변을 거닐며 얘기를 주고받는 8개국 지도자들.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즈 G8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그들이 누구인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나이들이다. G8 정상들의 편안한 웃음 속에는 힘과 자신감이 넘친다.
G8 정상회의는 한마디로 말해 세계를 주무르는 모임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전 세계의 주요 현안이 골고루 다뤄졌다. 정상들의 논의 결과는 장차 문제를 푸는 기본 골격이 된다. G8 정상회의를 부자들의 사교모임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힘없는 나라가 돌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반도도 G8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8명의 정상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G8는 1975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서방선진 6개국 정상회의로 시작됐다. 76년 캐나다의 가세로 G7이 됐고, 97년 러시아가 정식 회원국이 되면서 G8로 확대됐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G8에 중국이 처음 초청국으로 참가해 G9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다. 경제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을 모델로 삼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30년 전부터 강대국의 일원이 된 일본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한반도 문제가 매년 G8의 주요 의제가 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대표 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의 국력이 조만간에 미국 일본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캐나다는 따라잡을 수 있는 상대처럼 보인다. 캐나다의 인구는 우리보다 훨씬 적고 국민총생산(GNP)은 두 배가 채 안 된다. 세계 1213위 경제 강국에 캐나다 추월은 꿈같은 일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을 제쳐야 하는 동북아 중심국가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크다. 강대국 정상들의 모임을 보면서 G8 가입이 국가의 장기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