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감기에 걸려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는데 진료비가 10만원도 넘게 나왔어요. 한국 사람들은 얼마 안 내는 것 같던데 외국인이라서 비싸게 받는 건가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본관 옆 서울외국인종합지원센터.
한 40대 미국인이 어이없다는 듯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약 30분 뒤 이곳에 들른 한 백인 여성은 영어학원 강사로 2년 동안 서울에 체류했다가 돌아가려 하는데 한국인 원장이 그동안의 세금 납부 증빙서를 주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현재 법무부에서 공식적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받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약 27만여명. 외국인 등록이 안 돼 있는 주한미군과 그 가족,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제화 시대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급증하는 외국인 민원=이들처럼 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외국인은 하루 평균 1015명. 전화나 e메일을 이용한 상담까지 처리하다 보면 상담원들은 매일 녹초가 될 지경이다.
지원센터 최병훈 팀장은 지난해 6월까지는 투자상담만 받다가 이후 생활상담도 같이 받고 있는데 문의 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지원센터에 들어온 외국인의 상담건수는 모두 1196건. 2002년(506건)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5월까지의 상담건수만 789건. 이 중 투자 상담을 제외한 7080%가 일반 생활민원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인베스트코리아가 3월 확정한 외국인 생활환경개선 5개년계획에는 외국인들의 불편사항이 무려 102가지나 적시돼 있다.
교육과 주거, 의료, 교통, 출입국, 인터넷 이용 등 전반적인 생활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이질적인 한국의 제도와 관습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도 있지만 관행인 깔세(2년치 월세를 미리 보증금처럼 내는 것)처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여되는 차별도 대단히 많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한국이 밖으로 나가는 국제화는 어느 정도 이뤘는지 몰라도 외국인을 안으로 포용하는 국제화는 한참 멀었다고 말하고 있다.
해결은 산 넘어 산=서울시는 2000년부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거주 외국인들을 초청해 불만사항을 듣고 있다.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불편사항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데다 지방의 경우에는 신고센터 자체가 대부분 홍보 부족으로 거의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
서울시 국제협력과 관계자는 비자와 교통, 교육, 환경 문제 등 단골로 등장하는 불편사항이 관련 부처의 비협조와 소극적인 태도로 해결되지 않은 채 매년 똑같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재동 신수정 jarrett@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