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으로 간다니까 직원들이 대뜸 불만부터 터뜨렸습니다. 작업환경이 나빠질 거라는 걱정들이었죠.
연매출 150억원 규모인 국내 굴지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선우엔터테인먼트의 김대현 이사. 그는 4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양재동, 강남구 삼성동, 경기 과천시 등에 분산돼 있던 스튜디오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적당한 지역을 찾다가 서울 구로구 디지털산업단지를 선택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회사를 옮길 당시에는 김 이사도 구로구로 옮겨간다는 것이 내심 꺼림칙했다. 일단 구로구하면 막연히 공단부터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로구는 사실 1960년대부터 타이어 연탄 양말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지역. 그런 구로구가 요즘 획기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구로구의 한복판에 위치한 디지털밸리에서는 90년대 강남의 벤처 붐 못지않은 창조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테헤란밸리 등 강남권의 벤처회사들이 조금씩 옮겨와 현재 구로구에 모여 있는 벤처업체는 2000여개.
특히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업체 16개가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밀집해 있다. 정부 주도의 애니메이션 진흥책이 없었는데도 입지 여건과 산업의 특성이 맞아떨어져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 것.
김 이사는 우수한 접근성을 구로 디지털산업단지의 가장 큰 이점으로 꼽았다.
인근의 아파트형 공장 이스페이스(e-space) 7층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기획제작회사 동우애니메이션의 김영두 사장은 단가에 비해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김 사장은 건물 대부분이 층별 공조시설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도 야간작업이 일상적인 애니메이션 사업 입주에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말한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동우애니메이션은 사무실 5년 보유 조건으로 등록세와 취득세를 면제받았다.
입소문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 지역에 모이게 된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표주자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완구 등 다양한 영역간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관청의 관심과 투자만이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두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을 오가기에 강남권보다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호텔이나 식당이 마땅찮아서 외국 바이어를 초청하기에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대형 애니메이션 센터와 호텔 등 관련 기반시설의 확충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