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생산 차질과 러시아 유코스 사태의 악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에 육박하면서 종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석유재고량은 60일분도 안돼 석유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일 거래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현물가는 직전 거래일(6일)보다 0.98달러 오른 배럴당 44.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WTI 현물가는 사상 최고치로 지난해 평균가격(31.11달러)보다 무려 13달러 이상 높은 것이다.
9월 인도분 WTI 선물가격도 배럴당 0.89달러 오른 44.84달러로 마감돼 1983년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41.78달러로 전날보다 0.50달러 올랐다.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0.93달러 상승한 41.56달러로 장을 마쳐 역시 1988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가불안은 이라크 과격 저항세력의 테러 위협으로 남부 석유생산이 중단된 데다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가 원유공급을 못할 것이란 우려가 겹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 김병일 한국석유공사 신규사업팀 과장은 이날 석유위기 없을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석유재고(상업재고+전략재고)는 88일분 정도이며 수송기간을 감안한 실질적인 재고수준은 60일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현재 주요 산유국의 유전이나 중요 생산시설이 파괴돼 60일 이상 복구되지 않을 경우 세계는 석유 절대부족이라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8월 현재 상업재고(민간 석유회사들이 갖고 있는 재고)는 작년 8월의 58.9일에도 못 미쳐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 내내 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한국은 세계 9대 석유소비국으로 석유위기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진 국가 중 하나라며 석유위기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 홍권희 higgledy@donga.com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