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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을 시민단체와 논의할판

Posted August. 16, 20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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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과거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먼저 용기 있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한 뒤 국가기관에 연쇄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15일 저녁 과거의혹사건에 대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국방부도 16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과거사 청산 기구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

이런 상황이라면 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진상규명특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국가기관간에 과거사 고백 바람이 불면서 과거사 정리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검찰과 경찰은 우리야 문제가 될 만한 과거사건이 없는 것 아니냐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정원과 국방부가 선수를 치고 나선 데에는 노 대통령의 15일 언급이 사실상 최고통치권자의 지시사항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건은 대체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와 중앙정보부, 군이 관련돼 있다.

특히 국정원 수뇌부가 노 대통령의 언급 직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청와대와의 주파수 맞추기와 함께 자구책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문제되는 사건은 과거의문사사건에 플러스알파 정도로 생각한다면서 시민단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진상규명 대상 사건이 선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은 불법행위나 인권침해사건이 아니고, 수사 결론이 정당한 것인 만큼 진상규명사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 내에서는 의혹사건을 털고 가자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정권 차원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정보기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홍역을 치르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단 이번 과거사건 털기가 국정원 내의 인적청산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의 사건 관계자들이 거의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