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구미동 주민=구미동 주민들을 자극한 것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이대엽 성남시장, 이정문 용인시장 등이 이달 9일 서명한 합의문.
여기에는 구미동 주민 의견이 도로 연결 및 우회도로 신설로 적혀 있다. 또 한 달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각 기관은 건설교통부 장관의 결정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선 개통, 후 우회도로 신설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구미동 주민들은 지금까지 도로 접속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이 합의문은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 사실은 24일 처음 알려졌다.
이들은 이달 12, 13일 구미동에 사는 토공 간부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이를 제지하는 토공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제의 도로=6월 10일 죽전지구(1만8500가구) 사업시행자인 토공이 죽전지구 입주를 앞두고 죽전분당을 잇는 도로(280m)의 미개통구간 7m에 대한 공사를 강행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시작됐다.
구미동 주민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와 중장비를 세워놓고 24시간 감시했고 토공은 틈틈이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
이 사이 죽전지구에는 지금까지 2750여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끊긴 도로로 인해 죽전지구 주민들은 현재 출퇴근시간이면 차로 10분 거리인 분당선 오리역까지 3040분씩 걸리는 등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21일 오후에는 도로공사 현장에서 죽전 주민 1000여명이 조속한 도로 연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구미동의 한 주민은 우리는 죽전주민을 막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입주할 동백 및 구성지구 등 용인 서북부지역에서 모두 이 도로를 이용할 텐데 그럼 우리 마을은 어떻게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원인은 난개발=전례가 없는 이 같은 도로분쟁은 당국 등이 도로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택지개발을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구미동 주민들의 요구는 접속도로를 건설하기 전에 먼저 우회도로를 개통하라는 것.
건교부와 토공은 당초 동백지구와 죽전지구를 잇는 고속화도로를 고가도로를 통해 성남시 금곡IC로 바로 연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층건물이 많아 이 계획은 무산됐다.
또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며 발표한 각종 도로건설계획 역시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이견 등으로 인해 대부분 사업기간이 12년씩 연장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2000년부터 죽전분당 도로 접속에 반대하면서 우회도로 건설을 요구했는데 지금까지 정부와 토공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며 정부가 교통개선대책을 조속히 추진했다면 도로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