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지친 몸을 추스르는 가을. 건강검진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몇 시간에 걸쳐 검사를 받지만 의사의 설명은 10분 정도. 허탈하다. 결과표에는 전문용어가 빼곡해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말을 듣더라도 너무 낙담할 것은 없다. 병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일 가능성도 많기 때문.
암, 속단하지 마세요=혈액검사표의 암 표지자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있다면 누구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마련. 그러나 표지자 이상수치가 꼭 암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는 전립샘(전립선)암을 조기 진단하는 척도. 그러나 전립샘에 비대증이나 염증이 있을 때도 PSA 수치가 올라간다. 단, 5 이상일 경우 암이 의심되므로 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대장암 폐암 등을 판별하는 태아성암항원(CEA)은 위십이지장 궤양, 장염이 있을 때도 증가한다. 흡연자에게도 높은 수치가 나타난다. 10이 넘을 경우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대장내시경 등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난소암을 찾아내는 CA-125는 자궁 안에 염증이 있거나 임신 초기일 경우에도 수치가 높아진다. 단, 혹이 발견됐다면 주기적으로 계속 관찰하며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CT나 초음파에서 혹이 발견될 경우 암을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혹은 간과 콩팥, 갑상샘 등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지속적인 관찰로 충분하다. 혹이 아닌 종양이 의심된다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고혈압? 피에 오줌이?=건강검진에서는 걱정과 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긴장돼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나기 쉽다. 전문의들은 잘못된 판정으로 혈압 강하제까지 처방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한다.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편안한 상태에서 다시 검사를 받는다.
재검사에서도 혈압이 높게 나타날 경우에는 자가 혈압계로 집에서 측정한다. 병원에만 오면 긴장해서 혈압이 높아지는 이른바 백의() 고혈압이 매우 흔하기 때문. 자가 측정에서도 혈압이 높으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오줌 검사에서 피가 발견되는 경우 역시 드물지 않다. 그러나 그 원인이 방광암일 확률은 1% 미만. 흡연자의 오줌에는 일시적으로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심지어 검사 당일 가볍게 옆구리를 부딪친 것이나 무리한 운동도 원인일 수 있다.
여성일 경우 세균감염으로 인한 방광염도 의심해봐야 한다. 단백질이 검출됐다면 콩팥 기능의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간 기능 이상?=간 기능 검사 항목은 10가지 내외. 그 중 하나만 정상치를 벗어나도 간 기능 이상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병 때문인 경우는 드물다.
흔히 나타나는 것은 총 빌리루빈(T-bilirubin) 증가 현상. 황달 수치라 불리는 빌리루빈은 급성간염으로 증가하는 쓸개즙 색소. 그러나 굶었을 때도 늘어나므로 빌리루빈 수치만 보고 간 질환을 판정할 수는 없다. 다른 간 기능 수치가 함께 올라갔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지방간 수치라 부르는 GOT(AST)와 GPT(ALT)는 급성 간세포 손상이 있을 때 가장 예민하게 늘어나는 효소. 그러나 정상 범위의 2배 이내에서 간염 등 다른 이상이 없다면 보통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만인 사람이 70 이상일 경우에는 운동과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간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오는 경우는 전체 대상자의 30%에 이르지만 그 중 1%만이 간 질환과 연결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 내과 박민정 교수, 삼성서울병원 내과 최윤호 교수)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