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새댁은 좋겠네

Posted September. 20, 2004 22:15,   

日本語

곁에서 희원이의 연장전을 지켜본 건 3번째예요. 그 동안 2번 다 졌지만 이번엔 꼭 우승할 것 같은 감이 오더라구요. 어휴. 근데 가슴 떨려서 못 보겠던데요.(손 혁)

20일 손 혁(31)-한희원(26휠라코리아) 커플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있었다. 우승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다음 대회(롱스드럭스챌린지)가 열리는 오번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그만큼 피곤한 여정.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우승의 감격이 채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

새 색시 한희원(26휠라코리아)이 코리언 군단의 오랜 우승 갈증을 씻어내며 한국의 역대 LPGA 진출 선수 가운데 첫 주부 우승자가 됐다.

한희원은 이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엣지워터GC(파726307야드)에서 열린 세이프웨이클래식(총상금 12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한희원은 5언더파 67타를 몰아치며 9언더파 207타를 기록, 로리 케인(캐나다)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첫 홀에서 1.5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해 8월 웬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1개월여 만의 우승이자 개인통산 3승째. 올 시즌 한국 선수의 우승은 박지은(나비스코챔피언십3월) 박세리(미켈롭울트라오픈5월)에 이어 한희원이 3번째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각별하다. 한희원은 지난해 12월 프로야구 선수출신 손 혁과 결혼한 이후 올시즌 내내 부진했다.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21개 대회에 출전, 톱10에 4번 진입한 것이 전부. 우승 2회, 준우승 3회에 상금랭킹 4위에 올랐던 지난해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 바람에 결혼해서 겨울훈련을 안하고 놀기만 했다, 승부근성이 사라졌다는 등 주위에서 입방아가 그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희원은 결혼 때문에 훈련시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올해 슬럼프에 빠졌다곤 생각지 않았다. 선수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잘 할 수 있겠나. 나 스스로는 최선을 다 해 경기를 잘 이끌어왔다고 생각했고 남 얘긴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내 뒷바라지와 공부를 위해 지난 4월 프로야구 선수를 그만둔 손 혁은 옆에서 지켜보는 게 사실 더 힘들지만 골프에는 야구할 때 못 느꼈던 색다른 짜릿함이 있다. 긴장되고 흥분도 된다. 그러나 스포츠재활과 야구 공부를 해야하는 내년부터는 올해처럼 계속 따라다니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혹시 아내의 캐디백을 멜 생각은 안 해봤냐고 묻자 손혁은 너무 무겁지 않느냐. 그리고 내가 새벽에 일어나는 걸 워낙 싫어해서라며 웃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