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니아를 위한 추천작
한겨울 밤의 꿈(Midwinter Nights Dream2004년세르비아몬테네그로)=2004년 겨울 세르비아. 라자르는 10년 만에 자유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비어 있던 그의 아파트에는 보스니아 난민 모녀인 야스나와 자폐증 환자인 딸 요바나가 무단 점유한 채 살고 있다. 라자르는 갈 곳 없는 모녀를 모른 체할 수 없어 결국 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세 사람은 특별한 가족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전쟁과 가족에 대한 고란 파스칼리예비치 감독의 탁월한 고찰.
안타레스(Antares2004년오스트리아)=사랑이 주제이자 소재이며 등장인물들의 행동까지 좌우하는 영화. 빈 교외에 사는 에바, 니콜, 소냐를 통해 열정과 질투, 폭력이 모두 결국은 사랑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그려낸다.
산티아고의 나날(Days of Santiago2004년페루)=스물 세 살의 군인 산티아고 로만은 몇 년간 테러범과 마약 밀매범들을 상대로 소탕전을 벌이다가 리마로 돌아온다. 산티아고는 페루 정부의 정치적 무책임의 결과를 떠안은,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의 일원. 리마로 돌아온 후 그가 목격하는 것은 적대와 혼란, 그리고 퇴폐다. 로만은 일상생활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그의 군인정신은 사사건건 충돌을 빚고.
거북이도 난다(Turtles Can Fly2004년이란)=이란 영화사상 최초의 쿠르드족 출신 감독이 만든 쿠르드 영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사담 후세인의 핍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국경지역으로 몰려든다. 그들 중에는 팔을 잃은 소년 헹고와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진 소녀 아그린이 있다. 이곳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법을 익힌 위성(Satellite)이라는 별명의 소년은 아그린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아그린은 군인들에게 겁탈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악몽 때문에 늘 자살을 생각한다.
대지와 먼지(Earth and Ashes2004년아프가니스탄)=손자 야신과 함께 길가에 앉아 있는 다스타기르. 반쯤 붕괴된 다리, 물이 말라버린 강, 흙먼지가 쌓인 도로와 같은 황폐한 아프가니스탄의 풍경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는 탄광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마을이 폭격당했고 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사실을 전하러 가는 길이다. 전쟁의 극악무도함에 직면한 인간상실과 휴머니티에 대한 우화이다.
가족들을 위한 추천작
낙타의 눈물(The Story of the Weeping Camel2003년독일/몽골)=고비사막에 사는 몽골의 양치기 가족이 어느 날 곤경에 빠진다. 난산을 한 어미 낙타가 새끼를 자꾸만 내치는 것. 어미 낙타를 달래서 아기를 돌보게 하기 위해 전통음악 공연까지 동원되고. 현실과 드라마, 마법이 한데 어우러져 삶의 다른 방식과 감정의 보편성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루이지 팔로니, 비암바수렌 다바아 감독.
곰의 포옹(Bear Hug2004년대만)=다이준은 부모가 이혼한 아홉 살 소년. 그는 사촌 이팬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 두 살이 되면 독립해야 하는 북극곰처럼 과연 다이준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량산바오와 주잉타이(Butterfly Lovers2004년대만)=널리 알려진 중국 민담인 남장 여인 주잉타이와 량산바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여성들은 교육받을 수 없었던 진 왕조, 부유한 집안의 딸 주잉타이는 남장을 하고 학교를 다니다가 시골의 평민 출신인 량산바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맥덜이야기2:파인애플빵 왕자(Mcdull2004년홍콩)=꼬마돼지 맥덜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홍콩 서민의 애환과 희망. 항상 돈에 쪼들리는 주부 맥빙은 늘 공상에 잠긴 아들 맥덜을 돌본다. 안정적이지 못한 정치상황에 불안을 느낀 맥빙은 보험에 들며 미국달러, 금, 화장지, 심지어 자신의 묏자리까지 사들인다. 맥빙은 아들을 위해 파인애플빵 왕자인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이를 사실로 믿게 된 맥덜은 길을 떠나는데.
부미의 모험(Homeland2004년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정서가 짙게 밴 애니메이션. 폭풍우 속에서 배를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부미는 다른 이들을 설득해 유토피안 캐슬을 재건하고자 한다. 처음 도움을 준 이는 거대한 용, 그리고 싸움꾼 밥 족이 그 뒤를 잇는다. 정확히 1년 뒤, 유토피안 캐슬은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고 부미는 여행가 니모를 소개받는데, 니모는 평화로운 이곳에 분쟁의 씨앗을 가져온다.
김갑식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