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 쾅.
4일 오후 2시. 울산 울주군 삼동면 경부고속철 13-3공구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현장은 발파작업 소리와 함께 중장비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공사현장은 부산방향으로 볼 때 원효터널(13.23km) 입구와 삼동터널(235m) 출구가 150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양측의 공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원효터널 입구는 천성산의 산자락이 시작되는 곳.
SK건설 대우건설 삼성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원효터널은 현재 200m가량 굴착이 진행됐으며 삼동터널은 100m 정도 뚫린 상태.
공사 관계자는 200m를 굴착한 결과 지질상태가 나쁘지 않아 지하수 누출은 없었다고 말했다.
천성산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과 울산 울주군에 걸쳐 있다. 해발 700m를 넘는 봉우리들이 9개의 능선을 따라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어 영남의 금강산이라 부를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해 모두 불자로 만들었다는 설화 때문에 천성()산은 한때 원효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내원사를 비롯해 홍룡사 노전암 10여 개의 암자가 있다.
천성산은 산 정상 부근에 펼쳐진 20여만 평 규모의 고산평원 화엄벌과 원시 상태의 자연을 볼 수 있는 무제치 밀밭 화엄 대성 학골늪 등 20여개의 습지가 형성돼 있다.
1997년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이들 늪 중 일부는 1998년 습지보전지구로 지정돼 관리인이 배치됐고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 원효터널은 이들 늪으로부터 수평으로 2001000m 정도, 수직으로 200500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러나 무제치늪의 경우 사람들의 출입과 배수공사 임도건설 등으로 인해 파괴가 진행돼 늪이 건조화되고 급속히 초원지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는 원효터널 공사 때 지하수맥을 잘못 건드릴 경우 늪지대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 습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터널과 늪은 지하 직선거리로 수백m 이상 떨어져 있으며 주의해서 공사를 하면 늪지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산시 덕계에 사는 한 주민은 터널 때문에 지하수가 빠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되레 음식점과 주변에 온천이 개발되면서 사라지는 지하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mobidic@donga.com